그 길을 지나본 사람은 안다.
오후의 시간이 노을처럼 누울 때,
누구나 나무가 되고
그림자가 된다는 것을.
그 길을 지나본 사람은 안다.
오후의 시간이 노을처럼 누울 때,
누구나 나무가 되고
그림자가 된다는 것을.
문득,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집(The Yellow House)'이
떠올랐다.
고흐도 분명 이 거리를
사랑했으리라.
그냥 오토바이가 지났을 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아린 이유는 무엇일까? 오토바이가 사리진 골목길 위로 12월 마지막 오후가 그렇게 눕고 있다.
일출은
바닷가에서나
혹은 산,
이름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 깊은
가슴속 어딘가
항상
떠 오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달동네 성당 너머로 첫날이 저문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다시금 첫 날로 돌아와 눕는다. 언제 종소리가 울린 적이 있었던가? 아릿한 시간 너머로 노을이 저물고 있다.
달동네 언덕 아래, 절벽의 견고한 성처럼 집들이 층층이 둘러싸고 있고 늦은 햇살 사이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이 들어왔다. 겨울바람은 매서운데 파인더 속 세상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기만 하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봄도 아닌데 담장의 꽃잎이 마치 나비처럼 날고 있다.
성곽과도 같은 언덕 길의 겨울 볕이 더욱 짧아졌다. 쪽빛 속에 열려 있는 저 창문은 누가 두고 떠난 것일까? 유년의 골목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