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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동 - 길

by B&W posted Ap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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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는 시간은 저무는데 길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가? 이제는 없는 허망한 어제와, 늘 기로에 서야 하는 오늘과, 실낱같은 내일이 교차하는 저 수많은 선들의 길 위에서 나는 무엇 때문에 걷고 있는가? 또 당신은 어디쯤에서 나를 보고 있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신천동 - 이름

by B&W posted Ap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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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 없는 시장 골목, 오후 사이로 오토바이가 시간처럼 지나가고 그림자처럼 남아있던 이름들은 들판의 허수아비들처럼 낡아가고 있다.




소년

by B&W posted Ap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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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등지고 소년이 달려 나갔다. 언덕을 넘어, 오늘을 넘어 눈앞에서 내일로 사라졌다. 겨울 볕은 남아 아직도 저리도 반짝이는데, 내 유년은 어디에 잠들어 있는가? 기억의 빈자리에 소년의 그림자만 환영처럼 남아있다. 




수성교 아래서

by B&W posted Apr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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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다. 인생의 다리 밑으로 햇빛이 가장 많이 들 때는 한낮이 아닌 늦은 오후인 것을, 나는 누구에게 마지막 남은 빛이 될 수 있을까? 아니 한 조각 빛이라도 될 수 있을까?




버스정류장 - 불명확(不明確)

by B&W posted Apr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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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 변하는 것은 지나는 사람들이다. 이런저런 삶들이 모여였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곳은 비단 버스정류장만은 아니리라. 내 인생에 있어 정류장은 얼마나, 또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남아 있을까? 그리 길지도 않은 삶이겠지만 산다는 게 참으로 명확하지 않다.  




집배원

by B&W posted Ap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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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골목길을 집배원이 지나간다. 굽이굽이 꺾인 골목마다 사연 하나쯤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젊은 집배원이 지난 길 위로 오후의 긴 나무 그림자가 편지 속 사연처럼 흐드러진다.




신천동 - 골목

by B&W posted Apr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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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름날, 저 대문 담장 위로 가득 피었던 능소화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 낡은 시간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는가? 인생의 골목이란 그런 것인가? 저물어 가는 하루가 애닯프다.




경계(境界)

by B&W posted Apr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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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계단을 오르다 멈춰 선다. 어둠 너머 빛의 세상이 문득 낯설게만 느껴진다. 사람들은 건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그 경계의 사이에서 나는 망설이고 있다. 




신천 - 갈대

by B&W posted Apr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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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강가의 갈대가 눕는다. 새들도, 바람도 하나 없는데 그림자처럼 옆으로 눕는다.




송라시장 - 뒤안길

by B&W posted Apr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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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뒷모습은 마치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뒷모습에서 아련히 배어 나온다. 삶의 뒤안길이 이러한 모습일까? 낡은 천막 위로 다시금 눈이라도 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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