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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영주 가흥동 마애삼존불

by B&W posted Dec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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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카메라 사용비중이 높으면서도 여전히 흑백사진을 즐겨 찍는 이유는 피사체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컬러사진을 흑백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 흑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흑백의 마음으로 소리로 들어 본 사람은 압니다. 얼마나 큰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지 말입니다. 



역(驛)

by B&W posted Dec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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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였을까? 내게 역(驛)이란 '사평역에서'와 같은 아련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단 한 번도 사평역에 가본적 없지만 역에 대한 느낌은 낡은 대합실과 흰 눈과 톱밥 난로며 톱밥을  던져 넣을 때마다 톡톡거리며 타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시간 속으로 마침내 마지막 열차의 긴 숨소리와 때를 맞추어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사람들 사이로 마치 오래된 소품처럼 그 자리에 남아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 그래 지금은 모두들 /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장을 달고 /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사평역에서 / 곽재구



역 - 플랫폼에 서면

by B&W posted Feb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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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플랫폼에 서면 언제나 설렌다. 아득한 시절, 철길 위를 지나는 기차소리가 가슴속 깊은 곳에 박혀있는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역 플랫폼에 들어서면 아직도 가슴이 저만치서부터 뛴다. 저 빛살의 폭포 사이를 사이를 가르고 금방이라도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들어설듯하고 나는 엄마 손을 꼭 쥔 일곱 살 소년이 된다. 기억의 치환(置換)이란 이런 것인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나를 찌르고 있다. 




안면도 - 사랑

by B&W posted Feb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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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지 못하는 사랑이란 참으로 애달프다. 무릇 천년의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그리움의 무게는 얼나마 큰 것일까? 애달픈 사랑 위로 빛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안면도 - 모태(母胎)의 기억

by B&W posted Feb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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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또는 무엇을 만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오래전 망각한 모태(母胎)의 기억 한 조각 인지도 모른다.




안면도 - 돌아오는 길

by B&W posted Ma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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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끝에서, 땅의 끝에서 너를 보내고 왔다. 갔던 길 되밟고 나오는 길은 노을보다 더 붉은 슬픔이라는 것을, 파도 소리보다 더 깊은 아득한 그림자로 남긴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신천동 - 흔들리는 초상

by B&W posted Mar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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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거리의 밤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옅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옅어진 밤 사이로 한껏 취기가 오른 사람들이 지나거나 아직도 흥이 남아있는 사람들이며 뒤늦은 바쁜 걸음들이 옅은 어둠을 대신 채우기도 한다. 그러다 거리의 불빛이 하나 둘 잦아들면 다시금 하루가 시작되고 전봇대의 전단이며 빈 박스 사이로 어제의 초상이 그림자처럼 남아 흔들린다.




신천동 - 화석(化石)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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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언덕 골목의 담은 높고도 짙다. 언덕의 높이만큼 삶의 흔적 또한 쌓이고 또 쌓였으리라. 나는 이 아득한 골목의 심연에서 문득 멸종한 물고기의 '화석(化石)'을 떠올린다. 그네들의 삶도, 내 사진도 언젠가 물고기의 비늘과도 같은 화석 한 조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천동 - 한 켠

by B&W posted May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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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린다.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달달한 다방커피가 또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낡은 사진의 달달한 그 맛이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실없는 농담이 오가는 다방의 달달한 풍경이 새삼 그리운 나이가 된 것일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사진을 들여다본다. 도시의 한 켠이 마치 커피처럼 쓰다. 




신천동 - 폐업 정리

by B&W posted Mar 20, 2020
김경훈


별것 없는 거리에 늘 붙는 '폐업 정리' 전단이 바람에 날린다. 저런 류의 전단이 어제오늘은 아니지만 텅 빈 거리와 어쩌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과 몸짓을 통해 또 다른 현실이 된다. 사진도, 산다는 것도 참 쉽지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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