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한 켠에서 만났다. 앙앙대는 축제의 소음위로 쏟아져 내리는 마지막 햇살이 따갑기만 하다.
축제의 한 켠에서 만났다. 앙앙대는 축제의 소음위로 쏟아져 내리는 마지막 햇살이 따갑기만 하다.
신혼 초였으리라. 상사로 모셨던 분의 친구이자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 삼덕 소방서 인근의 포장마차에서 마시던 소주며 리어카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홍합 껍질도 카바이트 불빛처럼 기억 속에서 일렁이고, 때로는 부끄러울 거라며 한 갑씩 사주던 콘돔과 술 마시고 늦게 들어 간 날은 집사람 주라며 건네주던 장미꽃 한 송의 향기도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그래 좋은 인연이란 마치 오래도록 우려낸 국물처럼 이리도 시원하며 그리운 것을...
비가 오고 낡은 창가에 빗물이 고였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문만큼이나 낡은, 그래서 바스러지듯이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듯한 기억이 그렇게 젖고 있었다.
내 마음에 창이 있다. 네가 볼까 두려워 차마 열지 못하는 낡은 창이 하나 있다.
내 마음에 징금다리 하나 있다. 이 다리 건너오시는 이 기다리다 오늘도 날이 홀로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