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을 가로지르는 교각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신천, 동신, 대봉, 희망, 상동... 그렇게 수많은 이름으로 번듯하게 서있다. 사람들이 이름을 가지듯, 다리들이 이름을 얻듯, 세상 만물엔 그렇게 이름이 있다. 길가의 들꽃에, 풀 포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이들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교각 사이 비둘기들의 날갯짓에도, 다리 아래 가늘게 떨고 있는 햇살에도, 강을 거슬러 오르는 한 줄기 바람에도, 교각을 지나는 자전거의 따르릉 거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 하나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