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에 낡은 그녀의 낡은 집 대문이 떠올랐다. 막걸리 두 잔에 얇은 양철지붕을 밤새 두드리던 빗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막걸리 세 잔에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추억과 그녀의 슬픔까지 건져 올렸다. 방금 건져진 그녀의 깊은 눈망울이 술잔에 떨어져 파르르 떨리고 나는 차마 그녀를 마주보지 못한다. 그간 얼마나 많은 날들이 흐르고 흘러 이제야 시간의 강가에서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일까? 빗소리에 다시 고개 들어보니 아린 흔적만 남겨두고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홀로 더듬는 기억이란 이렇게 끝도 없는 공허함으로 남는 것인가?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검댕이와 같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여!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번호 | 제목 | 날짜 | 조회 수 |
---|---|---|---|
523 | 아양기찻길 아마도 이십여 년 전쯤이었으리라. 출퇴근 길에 늘 지니야 했던 건널목의 덜컹거림과 멀리서 달려오던 기적소리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길을 달렸던... | 2015.05.12 | 28363 |
522 | 다시 출발선에 서서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는 것, 길의 끝에 이르렀다는 것은 다시 새로운 길로의 출발을 의미한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니 '출입구'는 어느 특정한 지점에만 존재... | 2014.12.26 | 1529 |
521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기억은 어떤 형태로 남는 것일까? 세월이 지나면 사진 색이 바래듯 기억도 그렇게 입자가 빠져나가듯 바래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편한 대로 재구성하는 것일까... | 2014.09.21 | 1455 |
520 | 그림자 그림자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다. 살아온 시간의 깊이다. 이리저리 휘어지다 끊어지기도 하고, 작아지거나 늘어나기도 하는 삶의 모습과도 같다. 소나무 숲에 ... | 2014.09.20 | 1428 |
519 | 욕망의 꽃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 피었다가는 지고, 어느새 다시 피어나는 꽃과도 같은... | 2014.09.20 | 1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