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작은 돌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나 보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작은 돌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나 보다.
시간이 삭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마을에서는 어제와 같은 오늘의 시간이 또 흐르고 고단한 삶의 공간만이 흔적처럼 낡고 있다.
공간없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듯 삶의 흔적마저 없어지면
그 시간마저도 사라지는 것일까?
낡은 담벼락에 햇살만 무심히 내린다.
오래전부터 가시가 자라고 있다.
아프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만은 가시의 상처가 반복 될수록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결국엔 그 가시마저도 잊어버리게 될까봐 두렵다.
내 마음속에 가시가 자라고 있다.
이른 아침,
안개낀 골목 위로 비둘기 한마리 푸드득 날아 들었다.
요즘 새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너는
이 남루한 동네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아무리 다가간들 어찌 그들 삶을 알 수 있을까?
낡은 담벼락의 무수한 생채기를 보면서 그저 환영과도 같은 삶의 아스라한 무게를 짐작할 뿐이다.
나는 오늘도 그들 삶의 그림자 한 켠을 밟고 서 있는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