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 있는 큰아버님 묘소에 들리면서 무학산 자락의 천년고찰인 환성사에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은 없지만 입구의 수월당과 몇 군데가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대구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이신 차정보 형님의 손길을 거쳤다고 생각하니 좀 더 친근함이 묻어났습니다.
수월당에서 잠시 쉬다 성전암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예전 산비탈의 샛길은 아이들에게 무리가 있을듯하여 새로 길을 낸 곳을 따라 쉬엄쉬엄 걸어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 늦은 매미소리 하며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귀를 귀울이자 후투둑 후투둑 떨어지는 도토리 열매 소리 하며,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까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이고지고 있었던 세상사 모든 근심을 어느덧 다 잊어버리고 풍경과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세상사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벗어나면 이리도 편한 것을 말입니다. 한 시간 남짓한 산행에서 얻으려고 마음 쓴 것은 없었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사진은 환성사 일주문입니다. 원래 석기둥만 남아있는 것을 복원하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