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동 - 봄 꽃

by B&W posted Oct 29, 2019
KKH10096er.jpg


구름 한 조각이 마치 연기처럼 높다란 지붕 위에 걸렸다. 해 그림자 골목에 눕고 나면 밥 짓는 연기며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울까?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쁜 귀가의 발걸음 너머, 온 가족 도란도란 모여않아 오래전 기억 속 그 '봄꽃' 피울 수 있을까?


신천동 - 그것

by B&W posted Dec 01, 2019
H1902254er.jpg


우연히 왔었던 이 골목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광규 시인의 시(有無)처럼 행인들과 자동차와 가로수와 담배 가게와 길가의 리어카에서 보던,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러나 손으로 붙잡으면 여전히 아무 곳에도 없는 그것이었을까? 햇살 쏟아지는 여름날 오후, 여전히 난 이 골목의 시작과 끝에서 그것을 애써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




신천 - 기억의 강

by B&W posted Mar 16, 2020
Kyounghun Kim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빈자리에 저녁이 물들기 시작한다. 세월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 지금에 왔는데 이제는 흔적마저도 희미한 그 기억의 그림자는 마치 환등기의 한 장면처럼 멈춰서 있다. 어쩌면 기억의 강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물고기처럼 솟아올라 햇볕에 반짝이는 비늘로 온통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천동 - 그림자

by B&W posted Mar 19, 2020
김경훈


동네의 낡은 집들과 좁은 길은 어쩌면 기억 속의 그림자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때로 겨울바람과 오후의 짧은 햇볕이 그림자로 남고 또 그 그림자를 밟으며 스치듯 지난 사람들도 이내 그림자로 남는다. 그래! 기억이란 이렇게 쌓이는 것을, 나도 그렇게 그림자가 되는 것을...




신천 - 풍경(風景)

by B&W posted Mar 29, 2020
김경훈


이른 아침의 신천은 수묵화 느낌이 난다. 마치 안개와도 같은 농담(濃淡)은 도시의 모호함과, 욕망과, 그 짙은 그림자마저도 품는다. 저 잠잠한 강 어디쯤에 내 청춘의 기억이 잠겨 있을까? 바람 한 점 없는 이른 아침, 신천에서는 모든 것이 풍경이 된다.




신천 - 시간의 강가에서

by B&W posted Dec 01, 2019
H1901620er.jpg


밤을 새운 날은 그 밤의 크기만큼이나 강의 그림자가 깊어진다. 나이를 더할수록 강의 깊이는 알 수 없어지고 또 그만큼이나 낡아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마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것과도 같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더 명징하게 진실을 보여준다지만 새삼 이 꿈결같은 강가에 이러러서야 나는 비로소 금빛 시간의 벌레와 마주한다.



신천 - 이름

by B&W posted Dec 14, 2019
H1902967er.jpg


신천을 가로지르는 교각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신천, 동신, 대봉, 희망, 상동... 그렇게 수많은 이름으로 번듯하게 서있다. 사람들이 이름을 가지듯, 다리들이 이름을 얻듯, 세상 만물엔 그렇게 이름이 있다. 길가의 들꽃에, 풀 포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이들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교각 사이 비둘기들의 날갯짓에도, 다리 아래 가늘게 떨고 있는 햇살에도, 강을 거슬러 오르는 한 줄기 바람에도, 교각을 지나는 자전거의 따르릉 거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 하나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천 - 거리(距離)

by B&W posted Feb 21, 2020
H1903616er.jpg


적당한 거리(距離)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하면 모든 것들을 다 설명하고 보여줄 필요도 없이, 드러내서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자연과의 교감도 그러하며, 본질에 대한 깨달음 또한 그러하리라.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전해지는 긴장감이 요즘은 참으로 좋기만 하다. 




신천 - 노을

by B&W posted Mar 05, 2020
H1904744_Der.jpg


하늘이 다소곳이 물들었다. 강 건너 둑과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계절의 흔적은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는데 너의 마음은 마치 드러난 강바닥과 같이 상처투성이다. 다가갈수록 상처는 더 확연히 드러나는 법인가? 네 오래된 상처에 노을보다 붉은 봉숭아 물, 한 점 들이고 싶다. 




신천동 - 골목

by B&W posted Apr 24, 2020

김경훈.jpg


오래된 골목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름날, 저 대문 담장 위로 가득 피었던 능소화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 낡은 시간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는가? 인생의 골목이란 그런 것인가? 저물어 가는 하루가 애닯프다.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