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볕이 가늘어졌다.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케이크 조각을 음미하듯이 빛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난 여전히 그 틈에서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다와 하늘을 보고, 오후의 햇살과 그 속의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다. 오후의 햇살이 더 작아졌다
오후의 볕이 가늘어졌다.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케이크 조각을 음미하듯이 빛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난 여전히 그 틈에서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다와 하늘을 보고, 오후의 햇살과 그 속의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다. 오후의 햇살이 더 작아졌다
이른 아침에 만나는 동신교의 시간은 언제나 새롭다. 분주히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신천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 새들과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 멀리서 지나는 차들의 흐름과 회색의 도시 위로 눕는 햇살마저도 늘 새롭기만 하다. 그래서 동신교의 시간은 살아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간이었나? 아니면 마을의 수호신이었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입신양명의 기원이었나? 오리가 앉아 있진 못해도 비둘기 가득한 이 광장에서 너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광장에 더 이상 지킬 것이 무엇이 남아있는가? 아! 애달픈 광장의 그림자여! 희미한 옛사랑이여!
신천에 구름이 가득하다. 어느 먼 곳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구원이 보이지 않는 신전의 세상에서 변화도, 혁명도 어쩌면 그렇게 오는 것이리라.
홍차를 마시다 문득 떠 올렸다. 파키스탄 홍차보다 더 아린 맛이 묻어나는 담쟁이 벽을 떠 올렸다. 메마른 시간을 넘어 내 가슴에 자라난 담쟁이는 어느 거리의 오후에서 잊히게 될까? 벽 속에 나를 끌어다 묻는다.
몰랐다. 풀 잎이 저렇게 누울 수 있다는 것을, 쓰러진 풀잎이 서 있는 나무보다 더 오래도록 내 유년의 기억을 품고 있다는 것을...
빛은 어둠이 있어 빛난다. 어둠은 모태와 같은 망망대해이며 끝도 없는 시간의 심연과도 같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시작은 어디이며 끝은 또 어디에 있는가? 성당 한켠에서 난 오지 않을 고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자매인지 친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저리도 정겹게 나누는 것일까? 그들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가 도시의 거대한 탑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새삼 삶이 갖는 비가역적(非可逆的) 곡선(曲線)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