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메마른 가슴에 강바람의
파문이 남는다.
겨울 강이 쓸쓸하다.
너도 그럴까?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바람
신천 - 봄의 길목
봄이 오는가 보다. 긴 강을 지나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렇게 봄이 다가오는가 보다. 나무들이며 하늘이며 사람들까지, 이미 신천은 온통 새 계절의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시간은 언제나 떠밀려 사라져 가는 것일까? 꽃망울 터지듯이 찬란하던 청춘의 날들은 기억에 남아 있기나 할까? 아직 오지도 않은 봄이 못내 처연하다.
신천 - 비가역적(非可逆的) 곡선(曲線)
자매인지 친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저리도 정겹게 나누는 것일까? 그들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가 도시의 거대한 탑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새삼 삶이 갖는 비가역적(非可逆的) 곡선(曲線)을 떠올린다.
신천 - 빈 방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다. 눈이 쏟아질듯하다." -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시작(詩作) 메모 중에서 -
그가 잠언을 찾아 떠난 빈 집에서, 빈 방에 홀로 남은 그의 쓸쓸한 사랑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 빈 방에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들어서야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몇 년째 나무처럼 서 있다. 빈 집에 가녀린 햇살이 잠긴다.
신천 - 사이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에 겨울 강이 흐르고 센트로펠리스와 동부교회 사이에는 세련된 도시의 욕망이 그림자처럼 이어져 있다. 오랜 시간, 서로를 비켜 온 당신과 나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길래 마음 한켠이 이토록 아린가? 눈 비비고 강 속을 들여다보니, 아득한 기억이 꿈결처럼 잠들어 있다.
신천 - 새
공간을 살아나게 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사람이든, 새든, 나뭇가지나 물결의 흔들림이든 움직임은 살아 있음을 반증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일상에서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그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신천 - 색(色)
신천 - 성(城)
재개발 지역 아파트들은 굳건한 성(城) 이었다. 그곳을 나와 다시 보니 구름이며 하늘, 강 둑의 나무숲도 더 큰 성(城)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공(空)이고 또한 모든 것들이 공(空)이 아니었구나.
신천 - 소묘(素描)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사진 또한 그러하다. 늘 옆에 있는 신천이지만 '소묘(素描)'와도 같이 사각거리는 풍경이 참으로 좋다.
신천 - 소묘(素描)의 계절
소묘(素描)의 계절이 왔다. 까쓸까쓸한 소묘의 계절이 왔다. 나무들은 저마다의 살갗을 온전히 드러내고 세련된 욕망과, 빌딩 뒤의 허무한 그림자와, 눈길조차 없는 차가운 도시의 소리는 점점 더 확연해진다. 때로 검거나 흰 것이 더 명확할 수도 있는 법이지만 마른 시선으로 어찌 젖은 삶의 너머를 볼 수 있을까? 풀잎이 눕는 강 너머로 소묘의 계절이 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