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B 컷으로 분류된 사진. 그러나 삶에 있어서 B 컷이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B 컷으로 분류된 사진. 그러나 삶에 있어서 B 컷이란 없다.
그 옛날 동래에서 문경새재를 거쳐 한양까지 이어지던 길이었으리라. 약재 냄새가 가득한 골목에 물동이를 머리에 인 아낙네며, 좌판을 펴고 앉은 할머니, 아이를 업은 엄마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여전히 말이 없고 길 위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그저 뒷골목 벽화 속의 화석으로 남았다. 골목 위로 시간이 다시 째깍거리고 무심한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엔 '따르릉' 소리가 풍경(風磬)처럼 남아 흔들린다.
삶에 있어서 신의 영역은 어디까지 일까? 늘 그렇듯이 계산에도 저녁이 오고, 밤도 오며, 새벽 또한 꿈결 속에 올 것이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빛이 아스팔트 위를 지나고 길옆 어느 나무에선 매미가 울었다. 그는 어디쯤에서 멈추어 서 있는 것일까? 늘 그렇듯이 부서진 시간이 햇살처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