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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동 - 그것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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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왔었던 이 골목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광규 시인의 시(有無)처럼 행인들과 자동차와 가로수와 담배 가게와 길가의 리어카에서 보던,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러나 손으로 붙잡으면 여전히 아무 곳에도 없는 그것이었을까? 햇살 쏟아지는 여름날 오후, 여전히 난 이 골목의 시작과 끝에서 그것을 애써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




신천동 - 계량(計量)

by B&W posted Feb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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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량(計量)이다. 전기나 가스의 계량기와 같이, 도처에 놓여 있는 지표와도 같이, 사람과의 관계나 집단 속에서의 소통지수와도 같이, 세상은 온통 계량의 단위로 채워져 있다. 한낮, 저 햇살 속으로 들어가는 그녀가 남긴 그림자는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지는 것일까? 




신천동 - 어느 눈부신 날에

by B&W posted Ma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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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어쩌면 오늘과 어제의 모자이크로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천동, 어느 후미진 골목을 골목을 오르면서 나는 이 골목의 한 켠에 놓여진 어제와, 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오늘과 마주한다. 내일이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골목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참으로 눈부시기만 하다. 




신천동 - 흔들리는 초상

by B&W posted Mar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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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거리의 밤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옅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옅어진 밤 사이로 한껏 취기가 오른 사람들이 지나거나 아직도 흥이 남아있는 사람들이며 뒤늦은 바쁜 걸음들이 옅은 어둠을 대신 채우기도 한다. 그러다 거리의 불빛이 하나 둘 잦아들면 다시금 하루가 시작되고 전봇대의 전단이며 빈 박스 사이로 어제의 초상이 그림자처럼 남아 흔들린다.




신천동 - 가을의 끝에서

by B&W posted Mar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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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랫동네 재개발지역, 가을이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사그락 사그락, 플라타너스 잎들은 길 위에 눈처럼 쌓이다 흩날리고 얼마 남지 않은 오후의 빛살은 가늘게 부서지며 눕는다. 이 가을의 끝은 왜 이리도 허전한가? 햇살과, 낙엽과, 시간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기억의 편린들이여, 이 가을의 끝에서 나도 그 비명들과 함께 묻힌다.




신천동 - 동행

by B&W posted Ma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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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언덕길을 부부가 함게 내려가고 있다. 함께 하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법이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을 동행의 모습에서 새삼 나는 여름날 강가의 조약돌보다 더 빛나는 삶을 본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신천동 오후의 그림자는 길어만지는데 인생의 내리막길, 그 길을 함께하는 저들의 동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풍 길의 모습이다.




신천동 - 마음

by B&W posted Ma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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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찰나의 사진도 그러한데 이 변덕스러운 마음의 갈피야 오죽하랴? 신천동 골목 언덕길에 나를 두고 눈을 감는다. 어쩌면 밤보다 낮의 시간이 더 깊고 아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천동 - 기억(記憶)

by B&W posted Ma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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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불현듯 그때의 그 골목이, 기억마저도 희미한 그 친구들이 이제야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굽은 골목은 더 이상 길지도, 넓지도 않은데 오랜 시간을 돌아온 이 골목에서 내가 마주한 편린과도 같은 기억은 무슨 까닭으로 이리도 아린 것일까? 골목 끝으로 지는 햇살이, 오후의 그림자가 참으로 짙다.  




신천동 - 시선(視線)

by B&W posted Ma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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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것은 무엇이며 담고자 하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앞서 걸어간, 또는 걸어온 길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 까닭은 무엇인가? 낡은 담장, 이끼 낀 보도블록, 오후의 긴 그림자마저도 새로운데 그 오래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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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좁아진다. 마치 망원렌즈의 화각처럼 자꾸만 좁아지는 시선만큼이나 초점도 흐릿해진다. 그러고 보니 꿈이 그러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와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믿음 또한 그러하다. 아! 이 좁은 삶의 뒤안길은 얼마나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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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지나간다. 나로부터, 당신으로부터 교차하지 못한 시선은 온통 허공에 부서져 햇빛처럼 내리고 그 사이로 오후의 그림자는 길게 눕는다. 이제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과거에게 묻는다. 행복한가?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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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길일까? 아니 어느 길로 이어지는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어디쯤에서 방관자와도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길게 누운 나뭇가지 사이로 저마다의 시간이 같은 듯 다르게 서 있다.




신천동 - 공업사 옆 카페

by B&W posted Mar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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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건너 언덕 길을 사이에 동네 터줏대감 공업사와 수학 학원 대신 들어선 카페가 마치 동물원과 미술관처럼 붙어 있다. 토요일 오후, 공업사에서는 달달한 다방커피와 같은 소리가 들리고 카페에서는 동화풍의 쿠키가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이 언덕길을 지나는 마을 사람들은 알까? 춘희와 인공도 없고 철수와 다혜도 없는데 달달한 아픔이 마치 가시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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