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든 현재든 '비극'은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폼페이에서는 그러하지 않은듯합니다. 한낮, 수많은 인파들이 넘쳐나는 관광지에서 애초 그러한 긴장감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거니와 저 또한 겨우 몇 시간 머무르는 관광객의 시선을 벗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폐허의 도시를 복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다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쪼록 제 사진 작업도 사물의 해체와 복원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