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리다. 눈이 내렸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문득, 이 마을에 내렸던 눈을 떠 올린다. 어렸을 적 아득한 기억 속 너머의 눈은 소복이 쌓이는 것도 모자라 무릎 위까지 푹푹 잠겼다. 온종일 아이들은 비탈길 위에서 굴렀고 저녁 무렵쯤 반쯤 언 손을 녹이러 들어간 아랫목에는 할머니가 넣어둔 고구마 그릇이 채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내 기억 어디쯤에서 이러한 풍경은 더 이상 풍경이 되지 못하고 화석으로 잠들었을까? 오늘은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