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적당히 높되, 적당히 낮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찰의 담은 높되, 높지 않다. 또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담이다. 마음이 바로 그러하다.
담은 적당히 높되, 적당히 낮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찰의 담은 높되, 높지 않다. 또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담이다. 마음이 바로 그러하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잠시 개인 어느 날, 길 위에 드러난 또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희미한 옛사랑이 그러하듯이 사라져가는 것들만큼이나 아스라한 것들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가 봅니다. 오늘 출근길에 웅덩이 속의 하늘을 보았습니다. 처연한 아름다움으로서 서 있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제가 늘 흑백사진만 올리니 흑백사진만 찍는다고 알고 계신 분이 있어서 오랜만에 컬러사진을 올려봅니다.
세상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들어서 흑백논리 안에만 갇혀계시는 분들이 더 늘어난듯합니다.
어찌 세상 일이 두 가지로만 양분되겠습니까?
컬러 사진처럼 수많은 색이 있는 법이고 하물며 흑백사진도 수많은 색(농담)이 있는데 말입니다.
내게 종교가 없듯 내가 올리는 많은 사진들 중에서 특정 사진을 두고 종교사진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그 대상이 부처이든 예수이든 경외심이 들 때가 가끔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팔공산 동화사마애불좌상이다. 마애불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깊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모으게 된다. 예술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