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 높고 견고한 것이 아니다.
피사체와의 체감적 거리는 그만큼 내 마음이
충분히 열려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담이 높고 견고한 것이 아니다.
피사체와의 체감적 거리는 그만큼 내 마음이
충분히 열려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들여다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 들여다 본 내가 낮설기만 하다.
삶은 어차피 혼자이긴 하지만 그 길에 동행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부부든, 부모 자식 간 이든, 친두든,
아무 말 없이 같이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리라.
소 - 김기택作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일요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사진작업실 청소도 하고, 쌓여있는 필름도 몇 롤 현상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문득 예전 딸 아이 사진을 보다 시간의 상대성을 실감합니다.
내 기억속의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만큼 현실의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는가 봅니다.
소망하건데, 세월이 흘러 그 기억마저도 사라질 때, 세상에 대한 회한 한조각 남아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