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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겨울을 보내며

by B&W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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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같이 까슬한 흑백의 시간도 이제는 보내야 할 때다. 도둑과도 같은 봄날은 사방에서 아우성인데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겪어야 다시 너를 만나게 될까? 보내는 모든 것들은 아쉬움이 남는 법이라지만 봄꽃보다 더 짙은 이 그림자는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 




계산동(桂山洞) - 과거길

by B&W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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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동래에서 문경새재를 거쳐 한양까지 이어지던 길이었으리라. 약재 냄새가 가득한 골목에 물동이를 머리에 인 아낙네며, 좌판을 펴고 앉은 할머니, 아이를 업은 엄마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여전히 말이 없고 길 위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그저 뒷골목 벽화 속의 화석으로 남았다. 골목 위로 시간이 다시 째깍거리고 무심한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엔 '따르릉' 소리가 풍경(風磬)처럼 남아 흔들린다. 




다시 염매시장(廉賣市場)에서

by B&W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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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염매시장(廉賣市場) 골목은 마치 혼잡한 터널처럼 번잡스럽다. 입구와 출구 모두 어묵집이 성황이다. 그런 탓에 한결 더 시장이 시장다워지는지도 모르지만 어디 '삶'이 '시장(市場)'에만 있으랴? 저마다의 시간은 그 길 위에서 번성하기도 하며 때로는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임을, 삶이란 그저 그런 것임을...  




신천동 - 봄 꽃

by B&W posted Oct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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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조각이 마치 연기처럼 높다란 지붕 위에 걸렸다. 해 그림자 골목에 눕고 나면 밥 짓는 연기며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울까?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쁜 귀가의 발걸음 너머, 온 가족 도란도란 모여않아 오래전 기억 속 그 '봄꽃' 피울 수 있을까?


신천동 - 바보

by B&W posted Jun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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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초로의 두 사람이 내렸다. 어디서 전작이 있었는지 취기를 어둠에 남기고 익숙한 모습으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득 '중국산이 아닙니다'는 어느 나라의 생수 브랜드가 떠올랐다. 시대의 역설적 표현인지, 순진무구함에 대한 차별적 전략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는 바보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가 어둠보다 더 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천동 - 밤

by B&W posted Jun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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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어둠이 내린다. 길고도 깊은 어제의 어둠이 아직도 골목에 쌓인다. 눈 내리는 풍경이 이랬던가? 삶은 걸음처럼 끊어지다가 흔들린다. 어둠이 눈처럼 쌓인 길 위로 나도, 그도,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아양교 - 기억(記憶) 혹은 존재(存在)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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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속, 도시의 해는 조금 더 늦게 떠오른다. 공간이 상대적인 것처럼 그렇게 시간도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군가의 기억이라는 공간 속에서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이제는 희미한, 그 스무 살의 아침이 아리도록 그립다. 



신천동 - 화석(化石)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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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언덕 골목의 담은 높고도 짙다. 언덕의 높이만큼 삶의 흔적 또한 쌓이고 또 쌓였으리라. 나는 이 아득한 골목의 심연에서 문득 멸종한 물고기의 '화석(化石)'을 떠올린다. 그네들의 삶도, 내 사진도 언젠가 물고기의 비늘과도 같은 화석 한 조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천 - 유년(幼年)의 기억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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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것은 현실과 과거의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별단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가 가득하던 어느 날, 신천의 강가에서 나는 모래처럼 반짝이던 유년(幼年)의 기억을 그렇게 한 움큼 건져 올렸다.



신천 - 일모도원(日暮途遠)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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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새들은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도 새삼 분주한 모습으로 그렇게 하루를 걷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은 빛 자락은 더 선명한 모습으로 강 속 깊이 눕는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나 저 황혼의 끝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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