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조각이 마치 연기처럼 높다란 지붕 위에 걸렸다. 해 그림자 골목에 눕고 나면 밥 짓는 연기며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울까?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쁜 귀가의 발걸음 너머, 온 가족 도란도란 모여않아 오래전 기억 속 그 '봄꽃' 피울 수 있을까?
구름 한 조각이 마치 연기처럼 높다란 지붕 위에 걸렸다. 해 그림자 골목에 눕고 나면 밥 짓는 연기며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울까?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쁜 귀가의 발걸음 너머, 온 가족 도란도란 모여않아 오래전 기억 속 그 '봄꽃' 피울 수 있을까?
택시에서 초로의 두 사람이 내렸다. 어디서 전작이 있었는지 취기를 어둠에 남기고 익숙한 모습으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득 '중국산이 아닙니다'는 어느 나라의 생수 브랜드가 떠올랐다. 시대의 역설적 표현인지, 순진무구함에 대한 차별적 전략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는 바보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가 어둠보다 더 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천동 언덕 골목의 담은 높고도 짙다. 언덕의 높이만큼 삶의 흔적 또한 쌓이고 또 쌓였으리라. 나는 이 아득한 골목의 심연에서 문득 멸종한 물고기의 '화석(化石)'을 떠올린다. 그네들의 삶도, 내 사진도 언젠가 물고기의 비늘과도 같은 화석 한 조각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기억한다는 것은 현실과 과거의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별단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가 가득하던 어느 날, 신천의 강가에서 나는 모래처럼 반짝이던 유년(幼年)의 기억을 그렇게 한 움큼 건져 올렸다.
터널과도 같은 시장 골목에 서서 나는 그들의 일상과 눈빛을 애써 외면한 채 나의 시간과 나의 사랑을 떠 올린다. 입구와 출구는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마음은 자꾸 밖으로만 향한다. 이 오래된 시장 골목에 그림자처럼 누워있는 흔적은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아직도 지나간 시간과 빛바랜 사랑을 더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살아나게 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사람이든, 새든, 나뭇가지나 물결의 흔들림이든 움직임은 살아 있음을 반증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일상에서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그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오랜만에 북지장사 가는 길의 소나무 숲에 다녀왔습니다. 그간 필름으로만 소나무 숲을 담아 왔었는데 처음으로 디지털로 담아보니 또 새롭기만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라 하더라도 피사체는 천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환영처럼 저 숲길을 휘적이며 지나던 주지 스님이 떠오릅니다.
신천동 산동네 골목에 오후의 짧은 햇살이 스친다. 골목을 둘러싼 성(城)들은 날마다 자란다. 마치 여름날 담쟁이덩굴처럼 동네보다, 산보다, 더 높게 자란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는 사람들의 끝에서 그렇게 성(城)은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를 다녀오는 것일까? 그들이 지나간 겨울 골목에 긴 그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10시 10분이 막 지났네. 조조할인 영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한 무리의 소녀들이 아침의 새들처럼 지저귀며 지나네. 10시 10분을 막 지난 시간이 극장 앞에 서 있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더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