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적당히 높되, 적당히 낮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찰의 담은 높되, 높지 않다. 또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담이다. 마음이 바로 그러하다.
담은 적당히 높되, 적당히 낮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찰의 담은 높되, 높지 않다. 또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담이다. 마음이 바로 그러하다.
산사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 간다. 고저녁한 시간 위로 가끔 산새 울음소리 하며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내려앉곤 한다. 산허리를 돌아온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속삭이고 지나도 산사의 시간은 늘 그 자리에 부처처럼 앉아 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 흔적 언저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본질인가? 아니면 또 다른 허상인가? 어느 비 오는 날 옥상 담벼락에서 만난 바람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돈다.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떨어지게 되거나 거두어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만원버스에 아등바등 매달려 가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지나고 사라진 것들은 쓸쓸하다 못해 애잔하다. 항룡사지에서 만난 당간지주의 시간 또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