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오후가 또 길게 눕는다. 날마다 짙어지는 봄 햇살에도 바이러스는 온통 도시를 엄습하고 침묵의 불안한 그림자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제쯤이면 햇살이 다시금 햇살이 되고, 그림자가 그림자가 되며 봄 결 위를 상큼 걷는 발걸음이 될까?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그림자
타인의 그림자
몇 년 간의 시간만으로 타인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골목에 적을 두고 그들과 부대끼지 않는 이상 이 골목을, 이 마을의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이 골목을 서성이는 타인의 그림자와 같다.
가족
가족 모두가 어디를 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 골목 어느 집을 다녀오는 것일까? 가뜩이나 낡고 휑했던 골목이 모처럼 환해졌다. 그래! 가족이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신천동 - 사이
텅 빈 거리를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등 뒤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뚫고 오토바이가 무심히 달려간다. 시간과 시간, 날과 날 사이를 명확하게 가를 수 있다면 그 사이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겨울과 봄 사이에 긴 하루가 또 그렇게 지고 있다.
신천 - 갈대
신천동 - 골목
오래된 골목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름날, 저 대문 담장 위로 가득 피었던 능소화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 낡은 시간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는가? 인생의 골목이란 그런 것인가? 저물어 가는 하루가 애닯프다.
집배원
신천동 골목길을 집배원이 지나간다. 굽이굽이 꺾인 골목마다 사연 하나쯤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젊은 집배원이 지난 길 위로 오후의 긴 나무 그림자가 편지 속 사연처럼 흐드러진다.
수성교 아래서
그런 것이다. 인생의 다리 밑으로 햇빛이 가장 많이 들 때는 한낮이 아닌 늦은 오후인 것을, 나는 누구에게 마지막 남은 빛이 될 수 있을까? 아니 한 조각 빛이라도 될 수 있을까?
소년
햇볕을 등지고 소년이 달려 나갔다. 언덕을 넘어, 오늘을 넘어 눈앞에서 내일로 사라졌다. 겨울 볕은 남아 아직도 저리도 반짝이는데, 내 유년은 어디에 잠들어 있는가? 기억의 빈자리에 소년의 그림자만 환영처럼 남아있다.
신천동 - 이름
이제는 이름 없는 시장 골목, 오후 사이로 오토바이가 시간처럼 지나가고 그림자처럼 남아있던 이름들은 들판의 허수아비들처럼 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