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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동

by B&W posted Dec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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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시간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기억의 한 단면으로만 남는다. 끊어진 필름을 잇듯, 어쩌면 그 단면의 사이에 채워지는 것들은 길거나 혹은 짧은 삶에 대한 여백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신천동 그 골목의 끝자락에서 희미한 내 그림자를 밟고 서 있다.



신천 - 시간의 강가에서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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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운 날은 그 밤의 크기만큼이나 강의 그림자가 깊어진다. 나이를 더할수록 강의 깊이는 알 수 없어지고 또 그만큼이나 낡아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마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것과도 같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더 명징하게 진실을 보여준다지만 새삼 이 꿈결같은 강가에 이러러서야 나는 비로소 금빛 시간의 벌레와 마주한다.



신천 - 이름

by B&W posted Dec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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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을 가로지르는 교각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신천, 동신, 대봉, 희망, 상동... 그렇게 수많은 이름으로 번듯하게 서있다. 사람들이 이름을 가지듯, 다리들이 이름을 얻듯, 세상 만물엔 그렇게 이름이 있다. 길가의 들꽃에, 풀 포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이들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교각 사이 비둘기들의 날갯짓에도, 다리 아래 가늘게 떨고 있는 햇살에도, 강을 거슬러 오르는 한 줄기 바람에도, 교각을 지나는 자전거의 따르릉 거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 하나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천 - 거리(距離)

by B&W posted Feb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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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距離)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하면 모든 것들을 다 설명하고 보여줄 필요도 없이, 드러내서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자연과의 교감도 그러하며, 본질에 대한 깨달음 또한 그러하리라.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전해지는 긴장감이 요즘은 참으로 좋기만 하다. 




신천 - 노을

by B&W posted Ma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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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다소곳이 물들었다. 강 건너 둑과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계절의 흔적은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는데 너의 마음은 마치 드러난 강바닥과 같이 상처투성이다. 다가갈수록 상처는 더 확연히 드러나는 법인가? 네 오래된 상처에 노을보다 붉은 봉숭아 물, 한 점 들이고 싶다. 




집배원

by B&W posted Ap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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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골목길을 집배원이 지나간다. 굽이굽이 꺾인 골목마다 사연 하나쯤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젊은 집배원이 지난 길 위로 오후의 긴 나무 그림자가 편지 속 사연처럼 흐드러진다.




신천동 - 봄 꽃

by B&W posted Oct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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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조각이 마치 연기처럼 높다란 지붕 위에 걸렸다. 해 그림자 골목에 눕고 나면 밥 짓는 연기며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울까?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쁜 귀가의 발걸음 너머, 온 가족 도란도란 모여않아 오래전 기억 속 그 '봄꽃' 피울 수 있을까?


신천동 - 그것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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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왔었던 이 골목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광규 시인의 시(有無)처럼 행인들과 자동차와 가로수와 담배 가게와 길가의 리어카에서 보던,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러나 손으로 붙잡으면 여전히 아무 곳에도 없는 그것이었을까? 햇살 쏟아지는 여름날 오후, 여전히 난 이 골목의 시작과 끝에서 그것을 애써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




신천 - 기억의 강

by B&W posted Ma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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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빈자리에 저녁이 물들기 시작한다. 세월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 지금에 왔는데 이제는 흔적마저도 희미한 그 기억의 그림자는 마치 환등기의 한 장면처럼 멈춰서 있다. 어쩌면 기억의 강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물고기처럼 솟아올라 햇볕에 반짝이는 비늘로 온통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천동 - 그림자

by B&W posted Mar 19, 2020
김경훈


동네의 낡은 집들과 좁은 길은 어쩌면 기억 속의 그림자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때로 겨울바람과 오후의 짧은 햇볕이 그림자로 남고 또 그 그림자를 밟으며 스치듯 지난 사람들도 이내 그림자로 남는다. 그래! 기억이란 이렇게 쌓이는 것을, 나도 그렇게 그림자가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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