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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동인동 - 여름 골목

by B&W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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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동 일대는 여전히 미개발 지역입니다. 요즘 들어 재개발이 확정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동네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미로와도 같은 골목과 마주합니다. 가끔은 할머니들이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생선을 굽는 냅새가 흘러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집은 이미 오래전에 주인이 떠난 듯 굳게 닫힌 문과 무심한 풀들이 담장만큼 자라 있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이 길로 총총걸음으로 지났을 학생들과 뒷짐을 지고 헛기침을 하며 느릿느릿 걷는 할아버지와 꼬부랑 지팡이의 할머니도 지났을 것이며 머리에 고무대야를 인 어미니와 자전거를 탄 아버지도 지났겠지요. 현실과 기억은 동인동 길에서 서로 구부러져 교차하고 있고, 그 위로 6월이 햇살만이 말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신천 - 소묘(素描)

by B&W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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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사진 또한 그러하다. 늘 옆에 있는 신천이지만 '소묘(素描)'와도 같이 사각거리는 풍경이 참으로 좋다.



거리 - 동성로

by B&W posted Feb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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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거리에 혼(魂)이 없으랴. 기쁨과 슬픔이, 노여움과 즐거움이 햇살처럼 거리에 쏟아지는데, 그림자 같은 혼(魂) 한 조각 어찌 남아있지 않으랴. 나, 이제 네게 돌아가리라. 고통스러웠던 그 거리로 다시 들어가리라. 



광장 - 회색인(灰色人)

by B&W posted Dec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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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할수록 경계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향해 가든, 무엇을 하든, 경계 너머의 위치로 모든 것들이 받아들여지기 마련이지만 경계 너머의 색은 또한 얼마나 제한적이고 얼마나 위선적이었으며 얼마나 큰 착시(錯視)였던가? 하지만 어쩌랴? 여전히 경계의 광장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유혹은 늘 현실이 되고 일상으로 쌓이는 것을,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는, 너는, 우리는, 광장의 회색인(灰色人)인 것을...




신천동 - 성(城)과 골목

by B&W posted Mar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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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산동네 골목에 오후의 짧은 햇살이 스친다. 골목을 둘러싼 성(城)들은 날마다 자란다. 마치 여름날 담쟁이덩굴처럼 동네보다, 산보다, 더 높게 자란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는 사람들의 끝에서 그렇게 성(城)은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를 다녀오는 것일까? 그들이 지나간 겨울 골목에 긴 그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고분에서 - 그리움

by B&W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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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오후의 햇살이 고분 위에 봄처럼 눕는다. 언제였던 것일까? 금계국 가득 피어나 온 산에 노란빛으로 물들었던 날은, 꽃보다 진한 그리움이 가슴속에서 그렇게 미어지게 피던 날은...



담 - 흔적

by B&W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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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시간의 길이만큼 깊은 법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은 누구의 기쁨이었고, 누구의 분노였으며 누구의 슬픔과 누구의 즐거움이었을까? 오늘따라 오르막이 더욱 가파르다




신천 - 맛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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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내리면 신천은 하루를 안아 눕는다. 그냥 가슴에 안는 것이 아니라 아침이 빌딩 숲에 걸릴 때까지 깊이, 오래도록 품어 삭힌다. 출근길의 종종거림도, 한낮의 뜨거움도, 천변에 남겨진 구름의 그림자도, 서산에 기울어지는 노을의 그 아쉬움까지도 젓갈 삭히듯, 그렇게 제 새끼처럼 품는다. 아! 그래서였구나! 이렇게 신천에 서면 곰삭은 맛이 나는 까닭은...



버스정류장 - 익숙해지지 않는 것

by B&W posted Ma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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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버스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표지판은 겨울 거리의 나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저 정류장 표지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 살았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날도 기어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후의 햇살에도 그저 먹먹해지는 시간이 온다면 어찌해야만 할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진다는 것과 같을 것인데, 간이역과도 같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는 아직도 낙엽처럼 흔들리고 있다.




마스크

by B&W posted May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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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었던 거리가 오늘은 장날처럼 북적거린다. 이미 180번까지의 대기 줄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1인당 5개 한도의 착한 정부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로 분노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이 서글픈 빗속의 원망들을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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