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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여름, 어느 흐린 날

by B&W posted Feb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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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에는 저마다의 색이 있다. 그 색은 수백, 수만의 농담(濃淡)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나무들, 건물들, 자동차, 사람들처럼 실체화(實體化)되기도 한다. 여름, 어느 흐린 날, 신천의 짙은 구름은 도시를 닮았다.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그래서 더 후텁지근한 욕망과 뜨거운 광기를 머금고 있다. 풍족한 잠자리와 이상의 첨탑과 그리고 이들을 잇는 권력 사이에 신천이 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




신천동 - 깊고도 높은 골목

by B&W posted Jun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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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고도 높은 언덕 골목의 끝은 어디쯤일까? 골목을 바삐 오르는 사람의 발소리도, 그것을 지켜보는 나도 숨이 가쁘다.




비 오는 날

by B&W posted Jun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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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낡은 골목에 비가 내린다. 오래전 입춘도 지났으니 봄비가 틀림은 없으련만 골목엔 아직도 겨울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이 비 그치고 귓가에 바람이 살랑거리면, 담장 아래 다시금 새싹이 돋아나면,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봄이 온 것일까? 정말로 그 봄이 다시 온 것일까?




신천동 - 오후

by B&W posted May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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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저문다. 마치 낙엽처럼, 노년처럼, 그렇게 오후가 저문다. 내 청춘의 봄날은 다 어디 가고 희미한 봄날의 기억만 편린처럼 남아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인가? 혼자 돌아가는 귀갓길은 또 얼마나 멀고 캄캄할까?




신천동 - 한 켠

by B&W posted May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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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린다.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달달한 다방커피가 또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낡은 사진의 달달한 그 맛이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실없는 농담이 오가는 다방의 달달한 풍경이 새삼 그리운 나이가 된 것일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사진을 들여다본다. 도시의 한 켠이 마치 커피처럼 쓰다. 




신천동 - 화석(化石)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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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언덕 골목의 담은 높고도 짙다. 언덕의 높이만큼 삶의 흔적 또한 쌓이고 또 쌓였으리라. 나는 이 아득한 골목의 심연에서 문득 멸종한 물고기의 '화석(化石)'을 떠올린다. 그네들의 삶도, 내 사진도 언젠가 물고기의 비늘과도 같은 화석 한 조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천 - 미몽(迷夢)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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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가?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운 입김으로 묻는다. 어디로 가는가? 강 위를 지나는 바람이 귓가에 속삭인다. 어디로 가는가? 도시의 욕망이 등 뒤에 매달린다. 어디에 서 있는가? 아! 내 시간이 미몽(迷夢)에 갇혔다. 




아양교 - 기억(記憶) 혹은 존재(存在)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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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속, 도시의 해는 조금 더 늦게 떠오른다. 공간이 상대적인 것처럼 그렇게 시간도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군가의 기억이라는 공간 속에서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이제는 희미한, 그 스무 살의 아침이 아리도록 그립다. 



신천 - 저녁 새

by B&W posted Dec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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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새 한 마리 하늘을 날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직도 비 내리는 저 마을, 빈 창가를 두드리는 새 한 마리 있으면 얼마나 가슴 떨릴까? 이렇게 신천에 홀로 눕는 너를 위해 지지배배 울어주는 저녁 새 한 마리 나 였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목신(牧神)의 오후 2

by B&W posted Jan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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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위로 마른 수풀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짧은 겨울 볕에 젖어간다. 목신(牧神)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영혼의 그림자들은 그 피리 소리를 따라 도시의 숲, 욕망의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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