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집(The Yellow House)'이
떠올랐다.
고흐도 분명 이 거리를
사랑했으리라.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거리 - Yellow House
신천동 - 밤
그림자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오후가 또 길게 눕는다. 날마다 짙어지는 봄 햇살에도 바이러스는 온통 도시를 엄습하고 침묵의 불안한 그림자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제쯤이면 햇살이 다시금 햇살이 되고, 그림자가 그림자가 되며 봄 결 위를 상큼 걷는 발걸음이 될까?
마술피리
신천동 - 바보
택시에서 초로의 두 사람이 내렸다. 어디서 전작이 있었는지 취기를 어둠에 남기고 익숙한 모습으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득 '중국산이 아닙니다'는 어느 나라의 생수 브랜드가 떠올랐다. 시대의 역설적 표현인지, 순진무구함에 대한 차별적 전략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는 바보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가 어둠보다 더 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천동 - 노을
달동네 성당 너머로 첫날이 저문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다시금 첫 날로 돌아와 눕는다. 언제 종소리가 울린 적이 있었던가? 아릿한 시간 너머로 노을이 저물고 있다.
동성로 - 골목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동성로 화려한 거리의 또 다른 골목길 한 켠에 밤이 내린다. 인생의 골목도 이런 모습일까? 누군가 스쳐 지나간 골목에 밤이 마치 눈처럼 쌓이고 있다.
타인의 그림자
몇 년 간의 시간만으로 타인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골목에 적을 두고 그들과 부대끼지 않는 이상 이 골목을, 이 마을의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이 골목을 서성이는 타인의 그림자와 같다.
세상속으로
아이가 당당하게 아파트를 나와 걸어간다. 온실 같은 집에서 나와, 시작과도 같은 아침의 햇살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온통 어떤 색으로 칠해져 있을까? 아이의 저 당당한 모습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백안동 - 개울가
백안동 개울가에 바람이 분다. 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백안동 개울가에 다다라 갈대처럼 떤다. 점령군처럼 버티고 선 겨울의 개울가는 가혹하다 못해 잔인하다. 이 동네의 시간이 그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