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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거리 - 시선(視線)

by B&W posted Feb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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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그 거리의 숲에는 깊고도 얕은, 명확하거나 모호한, 혹은 드러내거나 은밀한, 시선(視線)이 있다. 



존재의 증명

by B&W posted Mar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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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자가 더 명징하게 존재를 증명하는 법이다. 보이는 실존은 순간이지만 기억의 그림자로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더 오래도록 존재를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누구에게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될까? 아니 기억의 한켠에 그림자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무슨 부질없는 염원인가? 존재하지 않는데 증명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담 꽃

by B&W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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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름, 도시의 회색 담장 화단에 꽃이 피었다. 골목 끝에서 바람이 불어와 꽃을 흔들었다. 꽃은 바람에 제 몸을 맡긴 채 흔들리디가, 흔들리다가 그렇게 담장에 흔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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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驛)

by B&W posted Dec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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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였을까? 내게 역(驛)이란 '사평역에서'와 같은 아련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단 한 번도 사평역에 가본적 없지만 역에 대한 느낌은 낡은 대합실과 흰 눈과 톱밥 난로며 톱밥을  던져 넣을 때마다 톡톡거리며 타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시간 속으로 마침내 마지막 열차의 긴 숨소리와 때를 맞추어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사람들 사이로 마치 오래된 소품처럼 그 자리에 남아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 그래 지금은 모두들 /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장을 달고 /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사평역에서 / 곽재구



소리 - 울음

by B&W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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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 옆 억새가 운다. 그녀만큼이나 갸날픈 잎새가 흔들리며 운다. 깊고도 깊은 시간이 가늘디도 가는 몸짓으로 그렇게 운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날, 고분 한 편에서 그녀가 운다. 소리도 없이 억새가 운다.    



신천 - 화석과 욕망 사이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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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디음 날, 보(洑)의 물이 빠지자 신천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연과도 같이 깊고 푸르던 물빛 대신, 시간의 화석들이 상처처럼 드러나고 그 깊은 흔적에서 도심의 강을 메웠던 도도한 욕망의 흐름을 새삼 떠올린다. 가려진 것들, 켜켜이 쌓이고 덮여진 거품을 걷어내면 너의 그림자라도 만나게 될까?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내가 신천에 서 있다. 




강가에 앉아

by B&W posted Feb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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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앉으면 소리가 들린다. 강을 건너온 바람 소리며 아직 건너편 마을 뒷산에 남아 흔들리는 때늦은 여름 나뭇잎의 속삭임과 강을 거슬러 오르는 거대한 물고기의 펄떡거리는 심장소리까지, 그 모든 소리들이 철벅철벅 몰려온다. 기억의 강이란 이렇게도 깊고 푸른 모습인 것일까? 강가에 앉아 그 모든 소리들보다 더 투명하며 그녀의 젖은 머리칼보다 더 짙은 기억의 소리를 건져 올리려 애쓰지만 내 손끝에 남은 것은 기억도, 소리도 아닌 그저 눈물과도 같은 시간의 흔적뿐이다.



동신교 - 집으로

by B&W posted Jan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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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 또는 가족이 쉬거나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은밀한 비밀의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집이 가지는 함의는 이러한 통속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리라.

 

집이 '안(內)'의 세계라면 집 이외의 모든 세계는 '밖(外)'의 세계다. 일, 직장, 사람과의 관계도 밖의 영역이다. 밖의 세계와 안의 세계 중간쯤에 '다리(橋)'가 존재한다. 그것은 현실이자 관념이다. 그런 점에서 '동신교'는 집으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동신교에서 난, '빈방'으로 이어진 길고도 먼 '다리'를 만난다.



신천 - 심연(深淵)

by B&W posted Feb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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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보다 허상이 더 많은 것을 보여 주듯이 거꾸로 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담게 하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져야 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선(線)과 면(面), 그리고 기억(記憶)

by B&W posted Dec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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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과 면(面)이 만나면 공간(空間)이 된다. 공간은 다시 누군가의 기억(記憶)이 되고 기억은 시간(時間)의 흔적(痕跡)으로 남는다. 고분군에서 나는 아득한 선과 면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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