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 병원 가는 길에 되물어 본다. 시간의 담벼락 위에 서 있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남은 시간이 겨울 오후처럼 짧다.
도시는 또 다른 숲이다. 이 도시의 숲에는 목신(牧神)이 산다. 목신은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욕망이 숲으로 이끈다. 그 속에서 나는 목신이 되는 꿈을 꾸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목신이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것들이 꿈 속처럼 몽롱하기만 하다.
담 위로 마른 수풀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짧은 겨울 볕에 젖어간다. 목신(牧神)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영혼의 그림자들은 그 피리 소리를 따라 도시의 숲, 욕망의 숲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당당하게 아파트를 나와 걸어간다. 온실 같은 집에서 나와, 시작과도 같은 아침의 햇살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온통 어떤 색으로 칠해져 있을까? 아이의 저 당당한 모습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