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었던가? 4월이었던가?
어릴 적 들판은 온통 청보리 천지였고 바람은 사그락 거리며 내 귓가를 스쳤다.
들판 너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
이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으로만 남는가?
3월이었던가? 4월이었던가?
어릴 적 들판은 온통 청보리 천지였고 바람은 사그락 거리며 내 귓가를 스쳤다.
들판 너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
이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으로만 남는가?
기억은 어떤 형태로 남는 것일까?
세월이 지나면 사진 색이 바래듯 기억도 그렇게 입자가 빠져나가듯 바래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편한 대로 재구성하는 것일까?
희미한 옛사랑이 그립다.
그림자 /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한때는 이곳도 기적소리 울리며 기차가 지나던 곳이었으리라.
내 생애에 가장 빛나던 날은 어디쯤이었을까?
그래도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위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열병을 않던
청춘의 한 순간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어느 스님이 그러시더군요. 바다의 시작이 바로 끝이라고...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사진을 하다 보면 일정한 단계가 있고 그 단계를 넘어서기가 쉽질 않습니다.
때로는 실험과 같은 '호작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경계를 넘어서는 세계가 보입니다.
앞만 보았을 때는 돌이나 모래가 보일 것이고 중간쯤 보는 단계가 되면 드디어 바다가 보입니다.
그러다 좀 더 멀리 바라보면 수평선에 걸친 섬 하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물며 사진도 이러할진대 세상 사는 우리는 저마다 자기가 바라보는 것만 전부 인양 이야기합니다.
바다의 시작이 바다의 끝이듯 다른 시각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