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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시간의 울음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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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오후의 햇살이 강 위에 눕는다. 강 위에 부서진 햇살은 조금씩 더 깊게 누우면서 흐느끼듯 운다. 강 위로 끝없이 퍼지는 파문은, 어쩌면 모든 이들의 하루와 함께한 시간의 울음인지도 모른다.




신천 - 시간의 강가에서

by B&W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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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운 날은 그 밤의 크기만큼이나 강의 그림자가 깊어진다. 나이를 더할수록 강의 깊이는 알 수 없어지고 또 그만큼이나 낡아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마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것과도 같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더 명징하게 진실을 보여준다지만 새삼 이 꿈결같은 강가에 이러러서야 나는 비로소 금빛 시간의 벌레와 마주한다.



신천 - 시간

by B&W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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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느 날, 정면으로 바라본 시간이 풍경처럼 멈춰 서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없고, 그  흔한 새들의 날갯짓도 없다. 어느 순간 정지한 시간이 활시위처럼 팽팽히 당겨진다. 끊어질듯한 정적이 강 위로 흐른다. 아 그러고 보니 사진의 시간도 삶도 시간도 그렇게 닮아 있다.



신천 - 소묘(素描)의 계절

by B&W posted Mar 24, 2020
김경훈


소묘(素描)의 계절이 왔다. 까쓸까쓸한 소묘의 계절이 왔다. 나무들은 저마다의 살갗을 온전히 드러내고 세련된 욕망과, 빌딩 뒤의 허무한 그림자와, 눈길조차  없는 차가운 도시의 소리는 점점 더 확연해진다. 때로 검거나 흰 것이 더 명확할 수도 있는 법이지만 마른 시선으로 어찌 젖은 삶의 너머를 볼 수 있을까? 풀잎이 눕는 강 너머로 소묘의 계절이 또 찾아왔다.




신천 - 소묘(素描)

by B&W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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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사진 또한 그러하다. 늘 옆에 있는 신천이지만 '소묘(素描)'와도 같이 사각거리는 풍경이 참으로 좋다.



신천 - 성(城)

by B&W posted Ma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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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역 아파트들은 굳건한 성(城) 이었다. 그곳을 나와 다시 보니 구름이며 하늘, 강 둑의 나무숲도 더 큰 성(城)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공(空)이고 또한 모든 것들이 공(空)이 아니었구나.




신천 - 색(色)

by B&W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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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色'이란 봄날의 무수한 꽃잎의 흩날림과도 같고, 여름날 소나기 뒤의 무지개나 나뭇잎의 짙푸른 살결과도 같으며, 가을날 온 세상을 물들이는 단풍의 소리와 낙엽의 짙은 향기와도 같고, 겨울날 시리도록 차가운 하늘과 그 하늘 아래 쌓인 끝도 없는 흰 설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절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저 수많은 색 중에 나만의 색을 찾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신천 - 새

by B&W posted Mar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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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살아나게 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사람이든, 새든, 나뭇가지나 물결의 흔들림이든 움직임은 살아 있음을 반증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일상에서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그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신천 - 사이

by B&W posted Mar 30, 2020
김경훈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에 겨울 강이 흐르고 센트로펠리스와 동부교회 사이에는 세련된 도시의 욕망이 그림자처럼 이어져 있다. 오랜 시간, 서로를 비켜 온 당신과 나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길래 마음 한켠이 이토록 아린가? 눈 비비고 강 속을 들여다보니, 아득한 기억이 꿈결처럼 잠들어 있다. 




신천 - 빈 방

by B&W posted Feb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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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다. 눈이 쏟아질듯하다." -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시작(詩作) 메모 중에서 -


그가 잠언을 찾아 떠난 빈 집에서, 빈 방에 홀로 남은 그의 쓸쓸한 사랑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 빈 방에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들어서야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몇 년째 나무처럼 서 있다. 빈 집에 가녀린 햇살이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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