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간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길을 간다. 세상살이 소풍을 떠나듯 휘적휘적 간다. 나도 없고 너도 없는 길 옆에 시간이 장승처럼 서 있다.
길을 간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길을 간다. 세상살이 소풍을 떠나듯 휘적휘적 간다. 나도 없고 너도 없는 길 옆에 시간이 장승처럼 서 있다.
어디로 갈까? 그러고 보니 어느 길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언제쯤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다만 그날은 안개가 나를 이끌었고, 농로 한가운데서 나는 거대한 신전의 기둥을 보았다.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끝었는 안개는 그렇게 신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들판에 길이 있다. 그 길 옆으로 나무 한 그루가 맞은편 작은 나무를 의지하며 서 있다. 인생길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마주 보며 의지하는 그런 길인지도 모르겠다.
염원, 기원 이런 낱말들이 주는 느낌은 경건하다 못해 처연하다.
절 터에 덩그렇게 서 있는 저 석등은 무엇을 향해 저리도 허허롭게 서 있는 것일까?
오늘도 어제처럼 해가 뜨고 다시 또 저녁이 온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