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에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삶의 흔적이란 그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후 햇살에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삶의 흔적이란 그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오후가 또 길게 눕는다. 날마다 짙어지는 봄 햇살에도 바이러스는 온통 도시를 엄습하고 침묵의 불안한 그림자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제쯤이면 햇살이 다시금 햇살이 되고, 그림자가 그림자가 되며 봄 결 위를 상큼 걷는 발걸음이 될까?
설에 강원도 부모님댁엘 다녀왔다. 태어나거나 자란 곳은 아니지만 아는 이 한명 없는 고향에 비해 훨씬 더 실제적이고 뚜렸한 모습으로 새로이 각인되곤 한다. 그에 비해 기억속의 고향은 강, 나무, 황톳길, 시골버스, 빗소리 등과 같은 안개속의 희미한 편린의 조합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고향은 더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같은 날은 아스라한 바다가 그립다. 귓등을 속삭이듯 스치고 지난 바람이 바다에 살며시 내려앉아 마치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그런 바다가 몹시도 그립다. 얼어붙은 세상 한 켠에서 봄을 기다리듯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