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끝에서, 땅의 끝에서 너를 보내고 왔다. 갔던 길 되밟고 나오는 길은 노을보다 더 붉은 슬픔이라는 것을, 파도 소리보다 더 깊은 아득한 그림자로 남긴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안면도 - 돌아오는 길
신천동 - 길
속절없는 시간은 저무는데 길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가? 이제는 없는 허망한 어제와, 늘 기로에 서야 하는 오늘과, 실낱같은 내일이 교차하는 저 수많은 선들의 길 위에서 나는 무엇 때문에 걷고 있는가? 또 당신은 어디쯤에서 나를 보고 있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신천동 - 그림자
동네의 낡은 집들과 좁은 길은 어쩌면 기억 속의 그림자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때로 겨울바람과 오후의 짧은 햇볕이 그림자로 남고 또 그 그림자를 밟으며 스치듯 지난 사람들도 이내 그림자로 남는다. 그래! 기억이란 이렇게 쌓이는 것을, 나도 그렇게 그림자가 되는 것을...
신천동 - Adieu 2019
그냥 오토바이가 지났을 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아린 이유는 무엇일까? 오토바이가 사리진 골목길 위로 12월 마지막 오후가 그렇게 눕고 있다.
신천 - 봄의 길목
봄이 오는가 보다. 긴 강을 지나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렇게 봄이 다가오는가 보다. 나무들이며 하늘이며 사람들까지, 이미 신천은 온통 새 계절의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시간은 언제나 떠밀려 사라져 가는 것일까? 꽃망울 터지듯이 찬란하던 청춘의 날들은 기억에 남아 있기나 할까? 아직 오지도 않은 봄이 못내 처연하다.
시장 - 혼자 가는 길
시장 뒤, 골목길을 지나간다. 어제를 지나, 오늘을 넘어, 내일의 길을 꼬불꼬불 지나간다. 플라타너스 잎이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고 짙은 커피향이 골목에 흔적처럼 남아 있다. 내 삶의 뒤안길도 이러할까? 시장 뒤, 어둑한 골목길을 나 홀로 걸어가고 있다.
송라시장 - 뒤안길
시장 뒷모습은 마치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뒷모습에서 아련히 배어 나온다. 삶의 뒤안길이 이러한 모습일까? 낡은 천막 위로 다시금 눈이라도 쌓였으면 좋겠다.
북지장사 가는 길
오랜만에 북지장사 가는 길의 소나무 숲에 다녀왔습니다. 그간 필름으로만 소나무 숲을 담아 왔었는데 처음으로 디지털로 담아보니 또 새롭기만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라 하더라도 피사체는 천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환영처럼 저 숲길을 휘적이며 지나던 주지 스님이 떠오릅니다.
길과 길 사이에서
애써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욕망의 목적지가 저 도시의 끝자락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동신교 다리 아래, 길과 길 사이에서 나는 새삼 길을 잃고 만다.
계산동(桂山洞) - 과거길
그 옛날 동래에서 문경새재를 거쳐 한양까지 이어지던 길이었으리라. 약재 냄새가 가득한 골목에 물동이를 머리에 인 아낙네며, 좌판을 펴고 앉은 할머니, 아이를 업은 엄마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여전히 말이 없고 길 위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그저 뒷골목 벽화 속의 화석으로 남았다. 골목 위로 시간이 다시 째깍거리고 무심한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엔 '따르릉' 소리가 풍경(風磬)처럼 남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