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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징검다리

by B&W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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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오랜 기억 속 징검다리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국민학교 2학년쯤이었을까? 과수원 앞, 개울 위로 무수히 날던 고추잠자리와, 징검다리 사이를 감아 흐르던 물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그 시절 친구들과 푸른날들의 시간은 다 어디로 가고 여기에 나만 홀로 있는 것일까? 신천, 돌다리 앞에서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다.



신천 - 징검다리

by B&W posted Mar 21, 2020
김경훈


기억이 과거와 현실의 모자이크듯이 징검다리는 과거와 현실을 이어주는 통로와도 같다. 그 징검다리 위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앞서간 시간도, 함께 가는 세대도, 뒤따르는 회한도 기억이 되어 강에 쌓인다.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징검다리에서 건져 올리는 눈부신 기억의 비늘들이여!




신천 - 지하도

by B&W posted Mar 25, 2020
김경훈


지하도를 지난다. 지하도 이쪽에서 저쪽의 빛을 들여다본다. 출구와 입구의 결정은 양자역학의 관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어쩌면 본다는 것,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리라.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신천 - 저녁 새

by B&W posted Dec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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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새 한 마리 하늘을 날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직도 비 내리는 저 마을, 빈 창가를 두드리는 새 한 마리 있으면 얼마나 가슴 떨릴까? 이렇게 신천에 홀로 눕는 너를 위해 지지배배 울어주는 저녁 새 한 마리 나 였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신천 - 일모도원(日暮途遠)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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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새들은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도 새삼 분주한 모습으로 그렇게 하루를 걷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은 빛 자락은 더 선명한 모습으로 강 속 깊이 눕는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나 저 황혼의 끝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신천 - 이름

by B&W posted Dec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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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을 가로지르는 교각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신천, 동신, 대봉, 희망, 상동... 그렇게 수많은 이름으로 번듯하게 서있다. 사람들이 이름을 가지듯, 다리들이 이름을 얻듯, 세상 만물엔 그렇게 이름이 있다. 길가의 들꽃에, 풀 포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이들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교각 사이 비둘기들의 날갯짓에도, 다리 아래 가늘게 떨고 있는 햇살에도, 강을 거슬러 오르는 한 줄기 바람에도, 교각을 지나는 자전거의 따르릉 거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 하나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천 - 유년(幼年)의 기억

by B&W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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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것은 현실과 과거의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별단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가 가득하던 어느 날, 신천의 강가에서 나는 모래처럼 반짝이던 유년(幼年)의 기억을 그렇게 한 움큼 건져 올렸다.



신천 - 오후

by B&W posted Ma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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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후, 나른한 볕이 눕는다. 산을 넘고, 빌딩 숲을 지나, 때로는 물결을 건너온 볕이, 서산에 잠들기가 못내 아쉬워 짙은 그림자로 눕는다. 사람들 사이로 풀잎처럼 볕이 눕는다. 


신천 - 여운(餘韻)

by B&W posted Feb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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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철컹, 기차가 신천철도교 위를 지난다. 저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길이길래 이토록 긴 여운으로 남아 귓가를 맴도는 것일까? 누군가 "아쉬움이 사진의 맛"이라고 했지만 난 여전히 내 사진에서 아쉬움을 넘어 부족함을 본다. 철길 위를 지나는 기차소리처럼, 신천 강변을 지나는 저들의 뒷모습처럼, 내 사진도 긴 여운의 맛을 남겼으면 좋겠다.




신천 - 여름, 어느 흐린 날

by B&W posted Feb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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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에는 저마다의 색이 있다. 그 색은 수백, 수만의 농담(濃淡)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나무들, 건물들, 자동차, 사람들처럼 실체화(實體化)되기도 한다. 여름, 어느 흐린 날, 신천의 짙은 구름은 도시를 닮았다.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그래서 더 후텁지근한 욕망과 뜨거운 광기를 머금고 있다. 풍족한 잠자리와 이상의 첨탑과 그리고 이들을 잇는 권력 사이에 신천이 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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