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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og

Survey 게시판을 시작하며

by B&W posted Mar 16, 2016
우리나라에 조사가 도입된지 거의 40여년쯤 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멤버라 할 수 있는 저 역시, 이쪽 분야에 발을 디딘지 이십여연이 넘은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십대 초/중반의 몇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외길로만 온 셈입니다. 요즘의 조사시스템이나 기법에 비하면 당시 서베이 시스템은 286 흑백 컴퓨터에 코프로세서 같은 것을 달거나 도깨비 같은 한글카드를 끼워서 사용했고 당시 SPSS 번전은 아마도 1.0인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설문조사를 마치면 데이터 입력과 프로그램을 짜서 돌리면 거의 밤새도록 컴퓨터가 처리작업을 했고 그러다 혹 프로그램이 한 줄이라도 잘못되면 아침에 출근해서 다시 프로그램 수정하고 돌리면 거의 날밤을 샐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당시에는 사람들의 손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연구(리서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조사'라고 부르기 민망한 것들도 부지기수 입니다. 한 십 몇 전 전쯤 닭을 튀겨 팔아 제접 돈을 벌었던 어떤 분이 리서치업체 몇 군데를 기웃거리다가 업체를 차렸습니다. 주워들은 지식과 컴퓨터로 통계만 겨우 돌릴줄 아는 직원을 데리고 업체를 차리는 것까진 좋았으나 이게 거의 통계를 빙자한 자료가공 수준을 넘어 사기에다 쓰레기라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사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은 하루에 수백장 설문지를 받아오고 통계처리자는 그냥 처리만 하고 그럴듯한 교차분석 테이블만 나오면 이것가지고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녔습니다. 그때 같은 업계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참담함이란...

요즘도 그 업체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치킨집 프랜차이즈 하듯이 경북지역의 몇 군데에서 사람들을 모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도 사업을 확장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로 아마도 마인드가 바뀌거나 도태되지 않았으면 그 당시 느꼈던 것보다 더 한 참담함이 저를 덮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횡횡하고 있는 조시기법 중에 ARS 조사가 있습니다. 이 또한 선거 등에서 무지하게 사용되는데 이걸 조사라고 차마 부르지는 못하겠습니다. 상식적으로 무작위 조사가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집단의 분포와 조사대상자의 분포가 비슷해야 하는데 모집단과의 차이에 대해 아무리 가중치를 준다고 하더라도 2명을 처음부터 10명인 것과 2명이 5명이 되고 10명이 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따지면 무작위 표본조사 방식도 아닌데도 언론에서는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가 얼마라는 식의 무작위 표본조사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선거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절말 듣기 싫은 소리들을 한동안 또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누구 표현을 빌자면 소구 웃다가 자빠질 이야기 입니다만 제발 언론사들 마저 이런 말도 안되는 결과를 가지고 호도하지 마시고 좀 제대로 조사를 하고 발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모든 이야기를 다 꺼집어 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Survey를 통해 조사, 통계, 각종 데이터 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고로 아래 자료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ARS 조사자료 입니다. 아마 아시는 분은 보시면 뭐가 문제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김경훈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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